2008년 09월 21일
<20세기 소년-제1장 강림>(2008) :: the realization or derealization
2008년 9월 11일 신촌 메가박스에서 피망군과 함께 보다.
* 링크는 shift+click (html수정이 귀찮아효-_-; 그래도 따로 검색 안해도 되잖아요 으응?)
* 따로 표기한 것 외에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what I see before the movie] 
* 따로 표기한 것 외에 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감독이 츠츠미 유키히코라는 건 메가박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상영시간표를 보고나서야 알았다.
아아 츠츠미 유키히코... 아아아.
츠츠미 유키히코라면 일본드라마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들한테는 <트릭>이나 <케이조쿠> 같은 꽤 재미난 드라마로 알려진 사람인데, 그런데 나는 <트릭>, <케이조쿠> 외에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트(IWGP)>나 <사랑 따윈 필요없어, 여름>같은 유명한 작품 말고 또 어쩌자고 <H2 ~너와 있던 날들~>이나 <연애사진>(으으으...) 같은 잡음많은 작품만 골라봐서-_- 이 감독한테는 그닥 좋은 감정이 없단 말씀.
사실 <H2>는 아다치 미츠루의 원작 팬들 사이에서 '미스캐스팅'이 논란이 되었지 나는 그럭저럭 즐겁게 봤는데, (오히려 야마다 타카유키나 이시하라 사토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작품이었지만ㅡ그리고 늘 심각하던 야마다 타카유키가 좀 엉뚱하니 귀엽게 나와서 좋았는데?)
한 2년 전쯤 생각없이 케이블을 돌리다가 화면 가득히 히로스에 료꼬(!!)가 웃고 있길래 "오오 료꼬언니 유아에인절"하면서 봤는데, 그게 <연애사진>.
...영화는 한 마디로 "횽들아 우리 료꼬처럼 라면에 마요네즈 뿌려 먹으면 맛있나요? 뿌우~"같은 리뷰만 양산함-_-
그래서 5층까지 올라가는 내내 피망군한테 츠츠미 유키히코 욕을 잔뜩 했는데, 아마 같이 탔던 커플들은 나 때문에 20세기 소년을 보려다가도 안 봤을 거 같음.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복합장르를 많이 다뤄봤던(결코 '능하다'고는 못하겠다. 능해뵈는 건 봉감독♥) 츠츠미 감독이니까 이런 프로젝트를 맡았나 싶기도 하고.
아, 그리고 우리 켄지 삼촌은 누가 맡았나 싶어 주연배우 정보를 뒤졌는데 극장에 배치된 브로셔건 포스터건 츠츠미 유키히코랑 우라사와 나오키 이름밖엔 없더라. 영화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모리야마 미라이도 한 눈에 알아보고, 친구 콘서트장에서 밋치씨도 단박에 보고 혼자 좋아서 싱글벙글하고, (워낙 유명하지만) '절교'당하는 피에르ㅡ타케나카 나오토도 보고 아 이 영화 작은 역할도 진짜 잘 끌어왔구나 싶었는데... 도무지 켄지 삼촌은 기억이 날듯 말듯.
피망군한테 계속 켄지 삼촌 맘에 든다고 내 타입이라고 말하면서도 어디서 봤더라 하면서 끙끙댔는데, 영화 끝나고 화장실 갔다 나오는데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이, 아- 브라이킹보스? 웰컴미스터맥도날드? 카라사와 토시아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맞네. 흐흐. 아, 생각해보니 일본판 <하얀 거탑>으로 더 유명하겠구나.
일각에서는 우리 루저근성 켄지가 너무 장동건삘 캐미남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 모양인데, 아니 지금 우리 켄지 삼촌 무시하나효. 더 멀쩡하게 생긴 삼촌이 똑같이 나이 먹고 철없는 짓하는 걸 보니 오히려 청년실업이 더 와닿지 않나요. 사실 영화판에서 누구 하나 생김새면 생김새, 하는 짓이면 하는 짓, 그리고 심지어 레이아웃과 대사까지 만화랑 다른 게 있었나 싶구만.
[see what I wanna see]
그러니까 말하자면, 영화 <20세기 소년>은 내가 내내 품고 있는 '현실화'의 화두를 또 끄집어내게 해줬는데, 뭐 이게 딱히 복잡한 건 아니고 그냥 2D로 그려진 미소년 보면 흡사한(보다 중요한 건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가상캐스팅해놓고, 가상캐스팅한 거 포토샵으로 만들어놓고 '이거 이렇게 꼭 제작됐음 좋겠삼~'하는 거지. 나 같은 경우엔 옷을 그려놓으면 만들고 싶고, 만들어 놓으면 입혀놓고 연기시키고 싶은 것처럼.(?연극을 위한 의상이 아닌, 의상을 위한 연극???)
그래서 원작이 있는 경우엔 캐릭터와 실제 배우 사이의 소위 '싱크로율'라는 게 중요한 건데, 처음에 드라마 <궁>의 채경 역을 윤은혜가 맡는다고 했을 때 수많은 소녀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대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을 거고.(그녀들은 '이유리'를 원했지, 물론 '연기력 딸리는' 윤은혜 자체에 대한 별로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했었고, 결과적으로 윤은혜한테는 전화위복이었지만)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마스미'를 보고, 화면 정지시켜놓고 멍하니 뚫어져라 봤던 기억도 나네. 단지 아프로스타일과 디스코바지로는 저런 싱크로가 안 나올텐데 싶어서.
아무튼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은 그걸 '강박'으로 느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거기서 '재미'를 느꼈을까? 마치 우라사와 나오키가 창조한 세상을 현실의 형태로 재창조하면서, 완벽하다고 불리우는 그 작품을 똑같이 완벽하게 재현하는 의무 혹은 희열 같은 것.(은 사실 훼이크고, 그냥 오디션 서류나 배우 프로필 뒤지면서 '와 얘 진짜 똑같네!'하면서 낄낄거렸을 거 같기도-_-)

특히 노숙사 숙소에서 죽은 사나이는
그냥 사진을 흑백으로 바꿔놓은 거 같은 싱크로율ㄷㄷ
(출처 : http://videogamerx.gamedonga.co.kr/zbxe/user_forum/919923)
그런데 단순히 캐릭터의 싱크로 뿐 아니라 딱히 콘티고 뭐고 필요 없이 1권부터 8권까지 옆에 쌓아놓고 촬영한 거 같은 화면구도하며, 내 기억 속 만화책 대사와 똑같은 대사하며(이런데, 서현아씨는 왜 번역이 아니라 번역감수를 한 걸까??), 옛날옛날 <환상특급>같은 데서 나오는, 잡지에 쏟아부으면 거기 사람이건 사물이건 전부 '현실로 만들어주는 약품'을 마치 만화책에 그대로 쏟아부은 것 같은 영화.
이것이 좋다, 나쁘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원작이 워낙 탄탄하지만 총24권이나 되는 분량을 영화3부작으로 압축해내려니 대사나 레이아웃 고대로 따다 쓰는 것 갖고 츠츠미 감독을 직무유기라고 할 수도 없고, 괜히 이 양반이 자기 스타일로 버무렸다간 그게 더 불안할 거 같고.
어떻게 보면 원작이랑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감독의 재량(물론 CF로 유명했고 영화는 처음인)을 한껏 발휘한, 성인도 이해못하는 복잡하고 어두운 스토리와 또 그와 상반되는, 게임같은(=개연성 없는) 감각적인 비쥬얼로 희대의 괴작으로 탄생한(그러나 널리 회자되지도 못하고 묻힌) <캐산>의 전례를 보면 츠츠미 감독은 훨씬 똑똑하고 안전한 길을 걸은 거고. (아, 나중에 또 리뷰 쓸테지만, 나는 그런 <캐산>이 좋았는데-_-......)
어떤 면에서는 '너무 똑같아서' 현실감이 없을 정도. 그러니까 그야말로 '본격공상과학만화'로 알고 있던 <20세기 소년>이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데, 사실 저건 '본격공상과학영화'니까 현실일 수가 없는데 상상했던 현실과 너무 똑같으니까 그게 더 혼란스럽단 말이지. (물론, 들뢰즈식으로 말하면 '일본어'가 이성적인 사유를 방해하는 역할을 해서 '저건 영화'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_-) 결론적으로 평소 나처럼 20세기 소년을 좋아라하던 팬들한테는 다분히 팬서비스적인 작품인 거 같고, 만화 안 보고 영화만 본 사람들한테는 '이게 뭐임? 일본에서 또 한 건 했음?'하는 느낌이 들지도. good or bad로 따지자면, 난 만년 회색분자로소이다. 'so so'.
대신, 확실히 '부럽다'고는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재창조'시킬 수 있는 컨텐츠가 있다는 것, 그리고 재창조시키고자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걸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이런 건 항상 일본한테 부러움을 가질만한 일이지.

그리고 엔딩에 나오는 <켄지의 노래>는 이미 만화가 연재되는 중간에 가사에 멜로디 입혀서 나왔었음.
어찌어찌 구해서 외울정도로 듣고 다녔는데, 그 심야극장에서 저 노래 따라부르던 건 나뿐이 아니리라 믿음-_-.
그런데 그 노래는 카라사와 토시아키가 부른건가? 원래 나왔던 노래는 우라사와 나오키가 불렀단 설이 있던데...
결론은 켄지 삼촌 너무 사랑해효 ♥ (또 한 번 자극되는 브라더 컴플렉스 + 키다리 아저씨의 로망)

물론, 오쵸 삼촌도 빠지면 서운하지.

# by | 2008/09/21 23:26 | broccoli mountain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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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부는 좀 불안하다만_-;